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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윤

medium detail view

 

 

Focus on : Romantic Crown, Stigma
'로맨틱크라운'과 '스티그마'의 이야기

 

에디터 : 유동원 | 포토그래퍼 : 이환욱

 

'무신사 매거진'이 조심스럽게 시작하는 인터뷰 시리즈 "포커스 온(Focus on)". 우리가 이미 자주 접해왔던 브랜드.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제대로 소개되지 못했던 주목할만한 브랜드를 엄선, 무신사 매거진에서 직접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 보기로 했다. 그냥 하면 재미 없으니 이에 한가지 옵션을 더했다. 바로, 2개 브랜드의 대표와 함께 이야기를 해보기로 한 것. 같이 힘을 합쳐보자는 훈훈한 취지는 분명했지만 그들 속으로는 분명 약간의 경쟁심도 없진 않았을 게다. 흥미진진하리라 예상되는 인터뷰 시리즈 '포커스 온'에서 처음으로 소개할 브랜드는 '로맨틱크라운(Romantic Crown)'과 '스티그마(Stigma)'.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딘가 조금 닮아 보이기도 한 이 둘. 이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어보면 각자의 매력이 더욱 부각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남자 다섯 명이 나눈 그 많은 이야기를, 지금 시작한다.

 

※ 편의상 로맨틱크라운은 적색, 스티그마는 녹색으로 구분

 

무신사(이하 무) 두분 씩 나올 줄은 몰랐다.
이세윤(이하 이) 같이 이야기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함께 왔다.

 

인터뷰에 참석한 이가 많은 관계로 각자 소개를 하는 게 서로에게도 좋을 것 같다.
'로맨틱크라운'에서 디렉팅과 디자인을 맡고 있는 이세윤이다.
김민성(이하 김) 함께 디렉팅을 하고 있고 그 외 잡무, 경영을 맡고 있는 김민성이다.
정대산(이하 정) '스티그마'에서 총괄 업무, 잡무를 맡고 있는 정대산이다.
잡무가 보직인가? 왜 다들 잡무를..
임동주(이하 임) 나는 JNJ크루에서 Jay Flow라는 이름으로 활동중인 그래피티 라이터이고 현재 '스티그마'의 아트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임동주다.

 

반갑다. 아무래도 이런 인터뷰는 우리도 처음이라 긴장이 되는데, 처음 인터뷰 제의를 받았을 때 다들 어땠나?
'질문이 뭘까?' 그냥 이런 생각 했다. 컨셉이 특이하니까 궁금했다. '어떤 질문을 할까?' 라는 생각.
우리가 대외적으로 활동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라, 다른 브랜드 분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괜찮다고 생각했다.
좀 반가웠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사실 그래피티 관련된 인터뷰만 해봐서 걱정이 좀 됐다.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망설여지기도 했고.
그래도 재미있는 얘기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렇게 생각했다. 옷 많이 만드셨던 분들이니까 좋은 얘기 많이 들을 수 있겠다고.

 

브랜드 이야기를 해보자. '로맨틱크라운'과 '스티그마'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원래 나는 안양에서 편집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때 이세윤 디렉터와 함께 일을 하게 되었는데 후에 매장을 정리하면서 같이 '로맨틱크라운'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와 함께 JNJ크루로 활동하고 있는 Artime Joe와 같이, 우리의 그래피티가 담긴 티셔츠를 만들어보면 재미있겠다는 막연한 꿈을 갖고 있었는데, 그때 다른 의류 사업을 진행하고 있던 정대산 디렉터와 합이 맞아 의기투합해서 만든 브랜드가 '스티그마'다.

 

'이런 옷을 만들어야겠다'라는 브랜드의 방향성은 어떻게 잡게 되었나.
'로맨틱크라운'은 김민성 디렉터가 원래 스케이트보드를 탔었고 나는 그런 문화를 패션을 통해 접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 느낌의 정통 스트리트 브랜드를 만들어보자고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된 것 같다. 트렌드의 영향을 아무래도 받을 수 밖에 없지만 뿌리나 기반은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친구들을 그리고 있다.
'스티그마'역시 스케이트보드를 우리가 열심히 탔던 건 아니지만 양동철 프로를 비롯한 주변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지인들 덕분에 그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스케이트보드 룩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그래피티를 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이쪽에서 받는 영향에 많이 기운 것 같다.

 

그래도 스케이트보드라는 공통 분모가 있네?
아무래도 주변에 그런 사람들 밖에 없다 보니까.
이런 거다. '이게 간지야' 라는. 자꾸 세뇌 당하는 거지.
그 당시에 우리가 접할 수 있던 브랜드들도 스케이트보드 브랜드뿐 이었으니까.
좋아했던 브랜드가 뭐였나?
'스투시(Stussy)'나 '주욕(Zooyork)'부터 '엘레먼트(Element)'같은 보드 브랜드까지 뭐.

 

초심은 뭐였나?
뭘 해도 색깔이 분명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옷의 패턴이나 디테일을 통해 자신들의 개성을 표현하는 브랜드도 많지만 우리는 그래픽을 통해 그런 것들을 표현하고 싶었다. 정말 '로맨틱크라운'만의 색감이 있는 그런 그래픽을 통해서.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나?
상당 부분의 합의도 분명 있었지만,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다. '로맨틱크라운'이 의류 브랜드다 보니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고는 있다. 하지만 같은 풋볼티를 만들더라도 우리는 그 안에 쓰이는 폰트도 새롭게 만든다. '로맨틱크라운'만의 스타일로 폰트와 그래픽을 리터칭 하는 거다. 잘 팔린다고 무작정 쫓아가기 보다는 우리 방식대로 먹어보고 소화 해서 보여주려고 하는 편이다.

 

'스티그마'는 어떤가?
나 같은 경우는 내가 '스티그마'의 아트 디렉터로 일을 한 지가 오래 되지 않아서 사실, 브랜드의 초심보다는 내 경우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나는 원래 옷에 대한 욕심이 많지 않았다. 그래피티만 열심히 그렸었고 내가 입고 싶은 옷은 주변 사람들이 잘 만들어주길 바랬던 마음이 있었는데 막상 내가 옷을 만들면서 보니 엄청난 딜레마를 겪게 됐다. 그림으로 비유를 하자면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려 사람들에게 이해를 시키는 것과 사람들이 좋아할 그림을 그려서 편하게 활동하는 것 같은. 그런 고민 때문에 좀 더 옷에 대한 욕심도 많아지고 즐겁게 일을 하게 된 것 같다.

 

'로맨틱크라운'과 '스티그마'는 유독 카모 패턴과 그래피티 스타일의 타이포그래피를 잘 쓴다는 공통점이 있다.
'스티그마'는 아무래도 현재도 그래피티를 하고 계신 분들이니 그게 자연스럽게 묻어 나오는 것 같고, 난 사실 그래피티를 잘 알지는 못한다. 단지 내가 매력을 느끼는 문화가 언더 컬쳐에서도 올드스쿨 타투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로맨틱크라운'만의 그런 그래픽을 보여주게 되는 것 같다. 혹자는 따라 한다고 볼 수 있겠지만 난 그게 우리만의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재해석인가?
거창하게 말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사실 오리지널리티라는 건 어느 장르에나 있다. 그건 분명히 중요한 부분이지만 나는 그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이 있다. 문화 전체적인 기반으로 봤을 땐 물론 그 오리지널리티를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중요하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로맨틱크라운' 스타일이어야 한다는 오리지널리티가 훨씬 중요하다. 간단한 예로, 예전에 '75Tatoo'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올드스쿨 타투 스타일의 왕관 그래픽을 만들어 넣은 버시티 자켓을 출시한 적이 있었다. 판매율이 상당히 좋았고 개인적으로도 그때의 그래픽을 좋아했다. 그런데 한 커뮤니티에서 "어설픈 핫로드" 라는 리플이 달린 걸 보게 됐다. 핫로드 매니아들에겐 분명 튀는 옷이었을 거다. 하지만 우리가 핫로드를 보여주고자 했던 건 아니다. 단지 그 문화와 소스가 재미있어서 그걸 우리 스타일로 표현했을 뿐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올드스쿨 타투의 오리지널리티를 보여주고 싶은 게 아니라 '로맨틱크라운'의 오리지널리티를 보여주고 싶은 거다.
그런 반응을 일일이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내가 지금 그래피티를 하고 있으니 그렇다면 '스티그마'도 그래피티를 보여줘야 하는 게 맞지만 오히려 지금은 타투 플래시를 더 많이 다루고 있다. 그래피티 얘기를 더 하자면 그 안에도 장르가 많다. 그래서 이쪽에서도 오래 되신 외국 분들은 요즘 그래피티를 보며 자기 스타일이 아니면 이건 오리지널리티가 아니라고 하는데, 막상 그 분들의 활동을 보고 있으면 트렌드를 읽으려는 게 보이고 더 배우려는 모습도 보게 된다. 오리지널리티도 결국은 작가마다의 개성대로 재해석 되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럴 용기가 없으면 안전하게 베끼기만 할 테고 노력도 하지 않게 될 테니. 실험적인 도전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오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어려웠던 시기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공유를 해 봤으면 한다.
어려웠던 시기 얘기하면 정말..
그건 우리도 정말..

그래도 기왕 만든 자리니 한번 얘기해보자.
 어려운 시기는 항상 현재인 것 같다. 예를 들자면, "Since"에 대한 부분도 그렇다. 2000년 이후로 표기를 해야 하니까. 그림을 10년을 넘게 그려오면서 아직도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하는데 옷은 얼마나 더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매출에 대한 부분보다도 신경 써야 할 것 들이 정말 많아지는 것 같다.
매출이나 이런걸 최우선으로 염두 했다면 아마 '스티그마'를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려웠던 부분에 대한 에피소드를 하나 얘기하자면, 아까 얘기가 나왔던 카모 패턴 같은 경우 우리는 직접 패턴을 다 디자인하는데 이걸 실제 크기로 작업을 하다 보니 기간도 한 달이 넘게 걸리고 컴퓨터의 용량에 대한 문제에도 부딪히게 되고, 그렇게 고생해서 만들었지만 끝내 사용은 하지 않게 된 적도 있었다. 그런 부분들이 사실 힘들고 어려운 시련이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일이라 지나고 나서 보면 즐겁게 기억할 수 도 있는 것 같다.

 

'로맨틱크라운'은 어떤가?
어려웠던 시기보다 힘든 결정을 해야만 했던 때가 있었다. 사각형태의 가방을 개발하고 판매를 시작한 게 3년 전 쯤이었는데, 작년까지 판매가 상당히 잘 됐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구매 고객의 연령층이 많이 어려지는 바람에 그만 팔아야겠다는 생각을 언제부턴가 하게 됐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자꾸 팔게 되고. 독이 든 사과였지. 그래서 가방 판매를 중단해야겠다는 결정을 할 때 좀 많이 힘들었다. 의류에 집중하자는 건 좋았지만 매출의 상당량을 포기해야 했으니까.
우리 같은 소규모 브랜드 치고는 정말 많이 팔았었다. 하나의 디자인으로 누적 판매량이 몇 만장을 넘겼었으니까. 정말 잘 팔리니까, 이걸 안만들 수는 없는데 구매 고객층이 자꾸만 어려지니까 우리가 바랬던 것과 좀 다르다는 생각이 많아졌던 것 같다. 그래서 작년 11월에 그런 결정을 한 뒤 옷에 집중했다. 실제로 지난 13SS 시즌은 8차까지 딜리버리를 전개했고 FW시즌도 이미 2차까지 나온 상태다. 그래서 다시 고객 연령층을 올리고자 했는데 다행히도 좋게 봐주셨는지 반응이 오고 있다. 완벽하진 않지만 포기한 가방의 매출을 슬슬 의류가 채우기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가방은 카피가 정말 빠르다. 우리 가방 중에 카피가 안 된 제품이 없을 만큼.

 

아, 가방이 카피가 쉬운가?
그건 아닌데, 가방은 주기가 길다. 반팔티셔츠 같은 경우는 제품이 한번 출시 되면 또 다른 제품이 곧바로 나와줘야 하는데 가방은 하나의 디자인을 완성하면 컬러와 소재만 바꿔서 의류보다는 좀 더 오래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보세 쇼핑몰에서 카피를 하곤 했는데 점점 일이 커지면서 나중에는 대기업에서도 우리 가방을 카피하는 일이 생겼다.
특히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들이 그랬다.
그런 브랜드들은 또 큰 법무팀을 갖고 있으니까.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시도를 해봤나?
변리사가 말렸다. 일이 정말 커질 거라고.
소송에서 이긴다 한들 보상금액보다 소송비용이 더 크게 들어갈 거라고 오히려 말렸다.
가방은 샘플 하나 만들기도 어려운데 우린 많이 만들 땐 4번이나 샘플을 만들었다. 옷하고 달라서 정말 어려운데, 그렇게 고생해서 만든걸 카피하니까 좀.

 

그래도 지금 그런 손실이 의류 쪽에서 많이 채워지고 있다니 다행이다.
처음엔 힘들었는데 호흡을 길게 본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처음 '로맨틱크라운' 시작할 때 정말 길게 해보자고 했던 게 있었으니까. 어차피 오래 할 거기 때문에 더 가방에 대한 포기를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의류 판매도 사실 쉽지는 않다. '스티그마'도 공감할 것 같은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의류에 그래픽이 들어가면 유치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 같다. 특히 아우터에.
우리 이번 시즌에 엄청 넣었는데.. 정말 신나게 넣었는데..
참 웃긴 게, 'The Hundreds'나 'Mishka'의 그래픽과 그 그래픽이 들어간 옷을 보면 다들 이쁘다고 한다. 내가 봐도 이쁘다. 그런데 '국내 브랜드'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그때부터 사람들이 유치하다고 한다.
나 같은 경우도 그래서 이젠, 내가 그리면서도 '이건 이미 핸디캡'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확실히 호흡을 길게 보니까 그런 부분에서 견딜 수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브랫슨'에게 참 고맙기도 하다.

 

'브랫슨?'
'브랫슨'. 정말 과감히 디자인 한다. 레더 재킷에 패치워크나 프린팅을 하는 것 같은. 덕분에 대중들의 인식도 조금씩은 바뀌는 것 같다. 아무래도 '브랫슨'이 요즘 핫하니까.
시장 확대.
맞다. 그래서 이쪽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사실 우리 같은 경우는 '스티그마'를 포함해서 다른 브랜드들이 강렬한 그래픽을 선보이면 "우리도 하자"는 식으로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럼 이번에 한번 보면 되겠다.
눈팅은 항상 한다. 패턴이나 절개보다는 그래픽에서 승부를 보는 브랜드. 그 중에서도 국내 브랜드는 우리는 거의 챙겨본다.
측은한 마음도 있다. "아 이거 어려울 텐데" 할 때도 있고.
우리 같은 스타일의 브랜드는 비슷하게 전개되는 다른 브랜드들과 같이 호흡하는 그 알 수 없는 느낌이 있다. 올 상반기에는 특히 'NSB'의 단청 무늬 보고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나도 그랬다. 나는 심지어 처음 보고 너무 멋있어서 바로 연락도 했었다.
그게 정말 쉽지 않은데 정말 멋있는 것 같았다.

 

옷을 만든다는 건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어떤 입장인가.
옷에 그림을 그리는 건 벽에다 그림을 그리고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분명히 다르다. 말로 설명하긴 애매한데, 옷에 들어가는 그래픽은 확실히 다른 것 같다. 포기해야 할 부분도 많고 공부해야 할 부분도 많다.
임동주 디렉터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실제로 그래피티를 그리고 있고 타투이스트로도 활동을 하고 있다 보니 옷에 넣기에는 굉장히 쎈 그림들이 많이 나온다. 그런 부분에서 임동주 디렉터와 내가 충분히 대중성에 대한 고민을 하는 시간을 갖고 있고 많이 순화시켜서 옷에 적용하고 있다.
아무래도 그림과 옷은 다르니까. 내가 보여주고 싶은 그림이 대중이 입어야 하는 옷과 맞지 않는다면 내가 포기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지금은 빨리 포기를 하려고 하고 있다. 그만큼 어려운 것 같다. 옛날에는 멋있는 그래픽이 다 해결해 주는 줄 알았다. 옷을 몰랐으니까. 지금 그렇다고 잘 안다는 건 아니다. 연구를 많이 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옷을 만들 줄 알아야 그래픽이 그 위에서 빛을 보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럼 조금 말을 바꿔보자.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도 옷을 잘 만들 수 있을까?
물론. 옷도 엔터테인먼트처럼 종합예술적인 기질이 있다. 예를 들자면, 'Dior Homme'에서 예전에 히트쳤던 불꽃 모양의 자수가 들어갔던 라이더 자켓. 그 자켓에 그 자수가 없었다면 과연 대박이 났을까? 그렇다고 그 자수가 없었다고 해서 자켓이 예쁘지 않았을까? 그건 또 아닐 거다. 밸런스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우리에게 그래픽은 중요한 요소지만 그렇지 않은 브랜드에게 그림은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도 있다.
미대생이 옷을 다 잘 만드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래픽이 돋보일 수 있는 옷의 디테일이 있다. 반팔티셔츠 가운데 프린트가 있는 것 보다 반팔티셔츠의 가슴에 포켓을 덧대고 그 위에 프린트를 두면 더 돋보인 다던지 하는. 간단한 레이아웃인데. 어쨌든 이 모든 게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는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이 오히려 옷을 더 잘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패턴을 달리 하는 작업도 정말 어렵겠지만 요즘은 그런 옷 위에 그래픽을 얹는 게 정말 어렵다고 생각한다.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유치해 보이지 않게 하려는 게 정말 어려운 작업인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 패션 시장의 트렌드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봐도 되겠네?
분명히 미치고 있다.
하지만 그래픽 위주로 전개되는 브랜드는 늘어나고 있다. 저변은 조금씩이라도 계속 확대되는 것 같다.

 

그래픽에 대한 연구가 상당할 것 같은데, 매 시즌 테마나 컨셉은 어떻게 정하나?
'스티그마' 경우는 지난 2년간 상당한 변화를 겪었다. 첫 시즌 때에는 다른 브랜드도 눈 여겨 보지 않았고 우리 하고 싶은 대로 했었는데, 딱 한 시즌이 지나고 보니 생각이 바뀌더라. 그 뒤로는 우리 주위 친구들의 문화라든지 해외 페스티벌에서 만난 아티스트들의 복장이라든지 하는 그런 부분들에서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다.
'로맨틱크라운'은 초창기에는 하나하나 만들기에 급급했는데 요즘은 매 시즌 슬로건을 먼저 정한다. 그런 기획 과정을 거치고 그 슬로건에 맞는 그래픽을 디자인한다. 지난 13SS 시즌에는 'King of the Sea'라는 슬로건 아래 상어를 가지고 그래픽을 만들었고 이번 13FW 시즌에는 'King of the Mountain'이라는 슬로건 아래 곰을 가지고 그래픽을 만들었다. 앞으로도 시즌 슬로건을 만들고 그에 따른 이야기를 푸는 식으로 진행할 것 같다.

 

옷을 디자인 할 때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게 있다면 뭐가 있을까?
나 같은 경우는 스타일이 바뀔 수는 있겠지만 분명한 건 내가 입고 싶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우리끼리도 회의할 때 마지막엔 꼭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거 입을 수 있겠어?" 라고. 그때 "팔려고 만들었다"는 대답이 나올 때가 있는데, 사실 그 대답이 나왔다 해도 그것도 결국 반반이다. 그렇게 안 팔릴 바에는 그냥 안 만드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꼭 내가, 그리고 우리가 입고 싶은 옷을 디자인 하려고 한다.

 

다른 브랜드의 컬렉션이나 룩북을 보는 것이 자신의 브랜드를 전개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디자인적인 부분은 빼고, 아이템의 종류에 대해서는 해외 브랜드 홈페이지나 유명 웹진을 보면서 참고를 하는 편이다. 룩북 같은 경우는 '로맨틱크라운'도 이만큼 퀄리티를 높여야겠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에 참고하는 게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무신사 스토어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입점 브랜드가 정말 많은데, 살아남기 위한 각자의 무기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하면서 그 디자인에 질리는 순간이 온다. 오랜 시간을 하나의 제품 디자인에 쏟다 보니 막상 제품이 나왔을 때 새롭지가 않은 거지. 예전엔 그래서 정말 많이 보여주는 게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의류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던 그 시기 후부터는 전체적인 '룩'을 많이 보여주려고 한다. '로맨틱크라운' 같은 경우는 그래서 현재는, 정해진 슬로건아래 파생되는 테마에 따른 풀 착장이 가능하게끔 제작하는 편이다.
동시에 최대한 다양한 아이템을 접해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번 시즌에는 남성용 레깅스가 그래서 나올 만큼.
'스티그마'는 아무래도 그래피티와 타투 문화를 좋아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의류를 통해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는거? 물론 계속해서 연구를 해야 하겠지만 다른 브랜드 보다는 아무래도 좀 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임동주 디렉터가 투입된 이후부터는 확실히 '스티그마'도 풀 착장이 가능하도록 옷을 만들고 있다. 물론 단품으로 사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매출에 있어서 착장을 통한 구매율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게 사실이다.

 

그런데 정말로 그렇게 풀 착장으로 구입하는 고객들이 많나?
아무래도 확실히 늘었다.
'로맨틱크라운'의 경우도 그 덕을 많이 봤다. 상반기에 출시 됐던 풋볼티의 경우, 풋볼티 단품 구매율 보다는 풋볼티와 함께 코디를 하기 좋은 아이템을 같이 구매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마네킨이 입고 있는 옷 벗겨가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스티그마'도 그렇게 체계를 잡은 뒤로 좀 더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풀 착장으로 제작하고 판매를 하는 것이 좋은 점은, 예전에는 신경 쓰지 못했던 다양한 아이템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코디네이션을 해야 하니 단순히 상,하의만 만들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모자에 대한, 양말에 대한, 벨트에 대한 고민을 더 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 같은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도 지난 시즌 쿠션을 만들고 비치타월을 만들고 했던 것들이 결국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일이니까 좋은 고민을 계속 하게 되는 것 같다.
우리는 심지어 우산까지 만들었다.
우리 타월과 맞교환하자.
50개씩?
 이런 얘기 하라고 만든 자리가 아니다.

 

홍보 이야기를 해보자. 그렇게 치열하게 만드는 만큼 부담도 클텐데. G-Dragon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다.
선글라스. 맞다. 그땐 황송했다 정말.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의도적으로 연예인에게 접근하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옷을 입어주고 우리의 제품을 착용해 주는 것은 고맙지만, 협찬 제의를 받는 것은 반기지 않는 편이다. 물론 단칼에 거절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용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G-Dragon이 썼던 선글라스 같은 경우도 그랬고 얼마전 EXO가 입었던 옷도 그랬는데, 나중에 알았다. 지인들이 알려주는 편이다. 아이돌이 '로맨틱크라운'의 제품을 입으면 확실히 좋긴 좋다. 영향력이 있으니까. 하지만 이미지에 대한 걱정을 할 수 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판매율이 늘지만 결국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도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G-Dragon이 '스티그마'의 바지도 입은 적이 있다.
그렇다. 뮤직비디오에 나왔었다.
우리도 나중에 찾아봐서 알게 됐다. 결국 홍보에 그런 부분들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지만 우리도 '로맨틱크라운'과 같은 입장이다. 가급적이면 패셔니스타로 인식되어 있는 연예인들이 입어주는 게 아무래도 좀 더 고마운 것 같다. 너무 어린 아이돌이 입으면 오히려 브랜드 입장에서는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얘기가 잠깐 벗어나긴 했는데, 결론은 이렇다. 가장 좋은 건 그들이 구입을 해서 입는 것이다. 우리 브랜드 쪽에서 협찬을 요청한다든지 그런 연예인 측에서 협찬을 요청한다든지 해서 진행되는 홍보는 결국 브랜드의 수명을 단축시킨다고 생각한다.

 

'로맨틱크라운'과 '스티그마'는 주 고객 연령층이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서로 비어있는 연령층이 반대라고 생각하는데 어떤가?
'스티그마'는 아무래도 대학생, 사회 초년생들이 많이 입는데 캐주얼하게 입는 분들이 많아서, 개인적으로는 전문직종에 계신 분들이 멋지게 입어주셨으면 하는 바램이자 고민이 있다.
타겟층의 확대는 이렇게 생각한다. 좋은 제품 꾸준히 만들면, 지금 구매 고객층인 청소년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계속해서 구입을 해주고 그러면 그렇게 또 확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다 나이를 먹는다.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는지?
퀄리티를 업그레이드하고 싶다는 바램은 항상 있다. 그래픽에 대한 연구는 2차적인 부분이고, 잘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있다.
가격적인 부분에서도 메리트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마음 같아선 정말 좋은 부자재 써서 좋은 제품 만들고 싶지만 그런 부분에 있어서 어느 정도는 현실과 타협해야 하니까. 옷을 계속 만들다 보면 여러 가지를 알게 되서 더 힘들다. 좋은 소재, 좋은 기능을 우리 옷에 자꾸만 넣고 싶어지고 하는데 가격적인 부분에서 고민을 안 할 순 없으니. 사실 소비자들은 체감을 못하고 있겠지만 내부적으로는 마진을 많이 줄인 상태다.
그렇다고 가격을 다운 시킬 수는 없다. '로맨틱크라운'의 경우는 수출도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 마지노선을 지켜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이 가격에 대한 부분은 영원한 난제로 남을 것 같다.

 

이야기가 점점 진지해지는데, 좀 캐주얼한 질문을 던져보겠다. 대답하기 쉬운걸로. 13FW 시즌 홍보를 해달라.
'스티그마'가 아직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브랜드는 아니기 때문에, 라벨을 바꾸고 슬로건을 새롭게 만들고 하면서 일단은 보는 사람들이 재미있어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번 시즌에는 우리가 만들고 싶었던 제품들에 좀 더 과감히 도전해봤다. 카 코트(Car Coat)라던지 패딩 베스트 같은 클래식 아이템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그런 클래식 아이템 위에 있어야 하는 그래픽에 대한 연구도 많이 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기대 되는 상품들이 많다.
'로맨틱크라운'은 'King of the Mountain'이라는 슬로건 아래 카모 패턴도 새롭게 만들었고 이번 시즌에는 처음으로 신발이 나온다. 10월 중순이면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어려운 부분이 많았는데 그래도 열심히 만들었다. 퀄리티에 대한 욕심은 좀 더 있지만 일단 첫 도전이기 때문에 디자인을 중점적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신발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이 됐다는 게 기쁘다.
'프리즘웍스'와 콜라보레이션도 진행도 해서, 좋은 제품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

 

끝으로 가볍게 질문 하나만 하겠다.
'끝으로'라는 말을 몇 번 하는 건가?
세번째다.

정말 마지막이다. 어떤가 인터뷰. 응하길 잘 한 것 같나?
'스티그마' 분들과 만나게 되서 정말 반가웠고 좋았다.
몰랐던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인터뷰 전에 예상하긴 했지만 정말 똑같은 부분에 대해 같은 고충을 갖고 있다는 점에 놀랐다.

 

내가 이야기를 리드하기 보다 두 팀이 알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해 주길 바랬는데 뜻대로 된 것 같아 나도 기쁘다.
정말 수다를 잘 떨고 돌아가는 것 같아 기분 좋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많지 않은데 이렇게 시간 내서 모여서 이야기 하니까 참 좋은 것 같다.
늘 만나던 관계자들만 만났었는데 이 인터뷰를 계기로 몰랐던 분들에 대해 알게 된 게 좋았다. 정말 좋은 교류의 장이 된 것 같다.
좋다. 그럼 인터뷰는 이걸로 마치자. 나와줘서 고맙다. 좋은 관계 유지하길 바란다.

디자이너 이세윤은 디자인을 전공한 후 2009년 로맨틱크라운을 론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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